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80년작으로 스티븐 킹 원작의 소설을 각색한 영화인데 폭설로 교통이 두절된 산중의 한 호텔에서 한 겨울을 나게 된 한 가족의 이야기다.
미국의 콜로라도주에 있는 오버룩 호텔은 겨울에는 눈이 6 미터까지 쌓여서 손님이 많아도 호텔 진입로인 40 킬로미터의 차도에 쌓인 눈을 치우려면 더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아예 11월부터 5월 초까지는 영업을 쉬고 그 대신에 관리인을 둬서 최소한의 관리만 하게 하는 곳이다.
소설가인 잭 토랜스(잭 니콜슨 분)는 아내 웬디(셸리 듀발 분)와 어린 아들 대니(대니 로이드 분)를 데리고 이 외진 호텔로 와서 11월부터 그 다음해 5월 1일까지 호텔을 관리해 주면서 6개월간 소설을 집필하려고 한다.
잭은 면접을 볼 때, 이 호텔 직원으로부터 예전에 이 호텔의 관리인으로 있던 찰스 그래디라는 사람이 미쳐서 자기 아내와 두 어린 딸을 죽이고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잭은 소설을 쓰기 위해서 이 호텔 관리인으로 지원했다며 그런 사실에 개의하지 않고 결국 호텔 휴업시의 임시 관리인으로 결정된다.
대니는 집에서 엄마와 함께 있다가 호텔에서 엄청나게 많은 피가 쏟아져 나오고 그 와중에 두 어린 소녀가 무표정하게 서 있는 끔찍한 환상을 보고는 기절한다. 의사가 집으로 방문해서 아이를 진료하고 나서 아이에게 상상 속의 친구 토니가 언제부터 생기게 됐냐는 질문에 웬디는 5개월 전, 술에 취해서 늦게 귀가한 잭이 방안을 어질러 놓고 있는 대니를 제지하려고 팔을 잡아당기다가 힘이 너무 가서 대니의 어깨를 탈골시킨 적이 있는데 아마 그때부터 상상 속의 친구를 가지게 됐었다고 말해 준다. 그리고 그 일로 충격을 받은 남편이 지금까지 5개월간 술을 끊어서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고 말한다.
잭은 호텔의 영업이 끝나는 날에 가족을 데리고 오버룩 호텔에 오게 된다. 그런데 호텔의 수석 요리사 딕 할로랜{스캣먼 크로더스 분)은 대니와 대화를 하다가 대니가 자신처럼 다른 사람의 행동을 예지할 수 있는 '샤이닝'이라는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되고 이 사실을 대니에게 말해준다. 그리고 대니가 237호실에 대해 묻자 그곳에는 절대로 들어가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곳은 찰스 그래디의 살인 현장이었던 것이다.
호텔 직원들이 모두 철수하자 깊은 산중에 외롭게 자리잡은 큰 호텔에서 세 식구만 단촐하게 남아서 생활하게 되는데 먹을 것과 마실 것은 술만 빼고 냉동고와 식품 창고에 가득 쌓여 있어서 관리인의 방에서 자면서 최소한의 호텔 관리를 해 주게 되는데 무엇보다도 고립된 생활을 참는게 가장 큰 일이 된다.
한편 대니는 유령의 환상을 보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가 자신과 엄마를 해칠 것을 알고 잭에게 자신과 엄마를 해칠 것인지 묻는다. 소름이 끼치는, 가족 관계의 광적이고 폭력적인 전개가 급격히 일어날 것을 암시하기 위해 깔아 놓은 복선인 것이다.
잭은 대낮에 아내와 아들을 죽이고 그 시체를 토막 내는 악몽을 꾸고 그 사실을 아내에게 말한다. 그 와중에 목이 졸린 상처가 생긴 대니를 보고 아무도 없는 산중의 호텔 안에서 아들의 목을 조른 이가 잭이라고 웬디는 당연히 단정적으로 의심하게 된다.
잭은 텅 빈 바에서 그가 술을 즐겨 마실 때 알게 된 바텐더 로이드를 보게 되고 그에게 술을 얻어 마시게 된다. 물론 환상 속의 술과 바텐더지만... 이때 그를 찾아다니던 웬디가 그에게, 항상 잠겨져 있다가 열쇠가 꽂힌 채로 열려져 있는 237호실에 들어간 대니가, 그 방의 욕조에 앉아 있던 여자에게 목이 졸린 것이라고 말해주었다며 흥분해서 말하지만 잭은 대수롭지 않게 이 말을 일축한다. 그리고 237호실에 혼자 가서 욕조에 누워 있던 젊은 여인이 그를 유혹하자 그녀를 껴안지만 그녀는 늙고 부패한 할머니의 시신으로 변해서 기겁을 하고 그 자리를 벗어나게 된다.
잭은 소설을 쓴다는 핑계로 육아와 요리 등의 잡다한 집안일과 호텔 시설 관리까지 웬디에게 일임하고 타자기에만 매달린다.
잭은 다시 환각을 경험하게 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들끓는 호텔의 바에서 술을 마시다가 호텔의 집사인 델버트 그래디가 그의 옷에 아드보카트를 쏟는다. 집사는 그를 화장실에 데리고 가서 지저분해진 옷을 닦아 준다. 그때 이 집사가 신문에 난, 아내와 두 어린 딸을 죽이고 자살한 찰스 그래디임을 알고 이 사실을 말해 주지만 집사는 이를 부정하고 잭의 아들 대니에게 샤이닝이라는 능력이 있다는 것과 대니가 텔레파시로 외부인(이 호텔의 흑인 수석요리사인 딕 할로랜)을 끌어들이려 한다고 그에게 경고를 해 주면서 교묘하게 그의 살의를 부추긴다.
한편 대니는 레드럼(REDRUM)이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반복하고 웬디는 불길한 예감을 느껴서 이 호텔에서 소설을 쓰려고 이 호텔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남편이 반대하면 자신과 대니만이라도 이 호텔을 빠져 나가려고 결심한다.
한편 플로리다에서 지내고 있던 딕은 샤이닝의 능력으로 잭의 가족들에게 위기가 닥쳐왔음을 알고 급하게 비행기를 타고 덴버로 가서 다시 다섯 시간 동안 차를 몰아 사이드 와인더로 가서 스노우캣(제설차)으로 갈아타고 폭설로 고립된 오버룩 호텔로 향한다.
웬디는 잭이 집필하는 자리를 비웠을 때 그의 원고를 훑어보게 되는데 수많은 종이에는 오로지 'All work and no play makes Jack a dull boy.(일만 하고 놀지 않으면 잭은 바보가 된다.)'라는 문구만 반복돼 있는 것을 보고 경악하며 그가 완전히 미친 것을 알게 된다. 이때 잭이 글을 쓰는 자리로 되돌아와서 그녀를 추궁하자 살기를 느낀 웬디는 가지고 있던 야구 방망이로 그의 머리를 때려서 기절시키고 나서 그를 식품 창고에 가둬 놓는다.
웬디는 무전기로 외부와 소통을 하고 호텔에 단 한 대 있는 비상용의 스노우캣으로 대니와 함께 인근의 마을인 사이드 와인더로 가서 이 치명적으로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하지만 무전기와 스노우캣의 중요한 부속을 잭이 미리 빼거나 훼손해 놓아서 생명의 위협이 닥친 고립된 상황에서 벗어날 유일한 수단을 잃게 된다.
웬디는 칼을 들고 레드럼을 반복해서 외치는 대니 때문에 잠에서 깨어나 몸을 일으키다가 대니가 문에 써 놓은 레드럼(REDRUM)을 무심코 거울로 보게 되는데 거울에서 거꾸로 보이는 글씨는 머더(MURDER : 살인)임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마침 식품 창고에서 탈출한 잭이 도끼로 문을 부수고 방안으로 들어오려고 하자 웬디는 좁은 창문으로 대니를 탈출시키고 자신은 탈출할 수 없게 되자 칼로 잭의 손을 벤다.
이때 스노우캣을 타고 온 딕이 호텔 안으로 들어오자 잭은 그를 도끼로 죽이고 가족들도 죽이려고 도끼를 들고 달아나는 대니를 쫒아간다. 대니는 전에 엄마와 함께 들어가 보았었던 4 미터 높이의 울타리가 있는 넓은 미로로 피신해서 눈 위에 찍힌 자신의 발자국을 일부 지우고 자신의 발자국을 되밟아서 영리하게 미로를 빠져나오고 잭은 광분해서 대니를 찾아 미로를 헤매다가 탈진해서 얼어죽게 된다.
대니가 미로를 탈출해서 웬디와 함께 딕이 타고 온 스노우캣으로 호텔을 탈출하는 것으로 이 영화는 끝을 맺는다.
깊은 산중에 고립되어 서서히 미쳐 가는 한 가족의 정신 상태를 묘파함으로써 개인과 사회의 유대를 성찰해 보게 하는 영화인데 샤이닝이라는 신비한 능력과 악령을 보는 환각, 모성애와 자기 보호 본능이 사회에서 철저히 고립된 한 가족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어떻게 보호하는지 통찰하게 해 주는 묘미가 있는 영화다.
가부장적이고 엄격하지만 무능하고 무책임한 남편 잭, 모성애가 강하고 생활력이 강하지만 보수적인 성향으로 남편에게 의지하는 웬디, 보호가 필요한 다섯 살 정도의 어린 아이지만 샤이닝이라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영리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대니, 설득력이 약할 정도로 지나치게 이타적이고 헌신적이면서 대니와 같이 샤이닝이라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딕, 잭의 환각 속에서만 등장해서 교묘하게 잭의 살의를 부추기는 집사 겸 전 관리인 그래디 - 완벽할 정도로 치밀한 연기를 보여주는 이들은 작품의 틀을 아주 튼튼하고 설득력 있게 건축하는 능력을 모자람 없이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인간의 내면에 감춰진 악덕과 살의, 추악한 면들을 보여줌으로써 그와 대비되는 미덕과 이타성, 희생정신 등의 아름다운 인간성을 역설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단순한 킬링 타임용 공포 영화로 보느냐, 인간성과 영혼의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해 볼 기회를 제공하는 영화로 보느냐는 보는 이들의 가치 판단에 맡길 문제이리라.
성격배우로 유명한 잭 니콜슨의 광기에 사로잡힌 탁월한 명연기가 돋보이고 이에 맞서 냉정하고 영리하게 위기를 벗어나는 웬디와 대니의, 재치와 순발력을 발휘하는 명연기도 압권이다.
영적인 능력과 악령의 존재 유무는 쉽게 단언하기 어려운 문제라서 결론을 유보할 수밖에 없다. 이 세상에는 아직도 과학으로 해결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회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개개인이 일상의 삶에 대처하는 모습에서 위기에 대응하는 모습을 유추해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게 하는 영화였다.